10.07.2012

Baby, This Love I Have


딴생각도 많이했지만 그래도 평소 주말보단 알차게 보내서 좋나 기분이 좋네요. 내일은 더 알차게 보낼꺼니까 좋나 좋나 기분이 좋겟지? 헷. 원피스보고 블로그좀 돌아다니고 스쉐좀 보니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내일 일찍일어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은 병X같은 페이스북 덕분에 싸이월드 잘안가게 되던데 어떤 한분덕분에 그나마 종종 방문하고 있다. 노래 출처는 어떤 한분. 그리고 요세 가슴에 쏙쏙 꽂히는 말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에 하나. 요즘 계속 의외의 모습만 보고 있는 전현무의 글


참 힘들었다. 남자의 자격,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 미션 중 하나였던 '남자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녹화 도중 제작진에게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차라리 식스팩을 다시 만들겠노라고. 나는 30대 중반. 이 글을 읽는 90년대 후반 학번들은 깊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들이 얼마나 낭만 자체가 사치인 시대를 살았는지. 오늘은 낭만없던 나의 지난 날을 반추하며 마냥 성토해 보련다. 공감하는 분도 계실테고 이런 나를 불쌍타 여길 분도 꽤 계실 듯하다. 

간혹 주위에 첫사랑에 대해 물으면 흔히들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에겐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가슴 설레는 짝사랑은 있었지만 제대로 표현 못하고 끙끙 가슴앓이 정도가 전부였다. 그녀가 있는 반을 지나가거나 복도에서 마주치면 친구들은 놀리고 나는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성에 대한 추억은 이게 끝이다. 물론 순진했던 것도 있겠지만 매일 0교시 수업부터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진 야간자율학습. 그것도 모자라 자정 넘은 시간에 학교에서 동네 독서실로 호송됐으니 매일 파김치가 되는 마당에 이성교제는 아예 다른 나라 얘기일 수밖에. 

특목고다 보니 내신관리도 쉽지 않고 논술과 수학, 영어, 제2외국어까지 두루 공부해야 하는 본고사, 무조건 외우는 주입식 교육 탓에 꽤나 오랜기간 적응이 힘들었던 수학능력시험 준비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지난 고등학교 3년의 낭만이라고는 친구들하고 3교시쯤 도시락을 미리 까먹은 기억 뿐이다. 고3때는 수학여행조차 여유가 없었다. 용인 **랜드로 급히 달려가 빨간 장미 꽃밭 앞에서 단체사진 하나 달랑 찍고 경쟁하듯 독서실로 복귀했으니, 몸도 마음도 불편한 당일치기 차라리 가질 말지. 

열심히 살았다. 최선을 다해 대학에 오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푸르른 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눈부신 여대생 누나들은 다들 전화번호부만한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밝게 웃으며 지나간다. 이제야 그토록 꿈꾸던 자유가 왔나 싶다. 신입생환영회 때 술도 진탕 먹어보고 MT가서 술먹기 게임에 같이 걸린 같은 과 여학생에게 눈독도 들여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찾아온 IMF. 고학번 선배들은 물론이고 이젠 신입생들조차 고3 '열공'모드다. 내신관리 하듯 학점관리하고 필기도 이제 서로 보여주길 꺼린다. 무한경쟁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캠퍼스의 낭만도 점차 드라마 속 판타지로 빛바랜다. 
경규 형은 나에게 시멘트 바닥 같은 인생이라고 했다. 낭만은 없고 오로지 지독한 현실 뿐이란다. 물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깊이 공감된다. 죄가 있다면 그저 누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을 것이다. 갖가지 이유로 낭만을 송두리째 빼앗긴 30대 친구들이여. 지금조차 현실은 당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몰라도 어떡해든 즐겨라. 낭만을 빼앗은 세상은 그에 대한 보상을 준비해 놓고 있지 않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만큼 열심히 낭만을 찾아야 한다. 과정은 낭만적이지 않지만 지금도 현실을 핑계삼으면 현실은 또다시 당신을 기만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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