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2022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회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 들인다.

이렇게 하면 좌절감, 패배 의식, 상실감, 절망감, 외로움, 자기 비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이것은 검증된 이론이 아니다. 남들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리감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것이 삶만은 아닐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나는 어차피 죽는다. 관 뚜껑에 못이 박히기 전에는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 뚜껑이 닫히고 한참 지난 뒤에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내가 이미 죽고 없는데 내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내 삶에 대한 평가는 살아있는 동안만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먼 훗날, 또는 긴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내 삶을 채우는 것이 옳다. 그러니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 만 내 중요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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