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2013

대부분.



현수는 담배를 꺼내 승환에게 내밀었다. 승환은 한 개비를 뽑아냈다.
"한 집안의 희망이 된다는 것,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대학에 다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세요?"

알지. 알다마다. 현수는 승환이 내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역시 어머니의 희망이었다.
고교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았으나 어머니가 입단을 반대했다.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가는 것이 엘리트코스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엘리트가 되기를 원했다. 어머니의 선택은 그의 선택이었고, 그의 실패는 어머니의 실패였다.
어머니는 그가 야구를 그만둔 이듬해에 느닷없이 돌아가셨다.

"갑옷을 입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거나 같아요. 숨이 턱턱 막혔죠. 제 레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요.
제대하고 어찌어찌 철도청에 입사했는데 2년도 못 채우고 도망쳐버렸어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 받고, 승진에 매달리고, 한 집안의 가장
노릇하는 미래가 제 앞에 있었어요. 그것이 삶이긴 하겠지만 과연 나 자신일까, 싶었던 거죠. 나와 내 인생은 일치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거든요."

현수는 자신의 손끝에서 깜빡거리는 담배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생과 그 자신이 일치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삶 따로, 사람 따로, 운명 따로 대부분 그렇게 산다.
-7년의 밤, 정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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