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2015

안녕,



학교다닐때 주말까지 쉼없이 나가다보니 그런건지, 아니면 과제에 치이고 치인 와중에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게 '종강만 해봐.'하며 다짐을 한건지. 요즘은 딱히 약속이 없어도 현관문을 열고 나가야만 직성이 풀린다.
아직 덥지만 그래도 부는 바람정도는 시원해졌어. 왜 이렇게 계절과 계절사이가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어. 그래도 나는 가을이 좋아. 벌써부터 겨루고 있다. '가을만 와봐'하면서. 개강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1시에, 야작하는 날이 전부라도 나는 트렌치 코트 자락 휘날리고, 화이트셔츠 덥고 잘래.




프랑스어에서 '쥬뗌므 je t'aime'는 '사랑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많이'를 뜻하는 부사'보꾸beaucoup'를 붙여 '쥬뗌보꾸'라고 하면, 그 뜻은 '많이 사랑한다'가 아니라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가 된다. '사랑한다'와 '좋아한다'는 비슷해 보이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사랑은 '사랑한다' 혹은 '사랑하지 않는다'로 인식 될 뿐, '많이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양으로 측정되지만, 사랑은 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른 대상으로 대체될지 언정 나뉠수 없는 감정이다. 말장난 같지만 생각할수록 장난이 될 수 없는 말. - 이동섭, 파리로망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 안도현, 양철지붕에 대하여.


가장 나 다울수 있어서 당신이 좋아.
나는 꽃이 좋다. 길을 걷다가 서로 다른 빛을 가진 꽃들이 널린걸 보면 차마 그냥 지나쳐버릴수 없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그런 풍경을 만나면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꽃 한다발을 품에 안고 가고싶어. 근데 아직 까지 나한테 그럴수 있는 사람, 그러고 싶은 사람은 너밖엔 없다.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싶고, 물감을 꺼내 놓고 그림을 그릴수 있는 그리고 싶은 사람이 너밖엔 없어 아직.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아줘서, 마음속에 담아둘 말이 없어서 좋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