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2015

근황

요즘 또한 더 가까이 다가온 졸전 덕분에 더욱 바쁘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업때문에 주변사람들을 자주 못보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지금 내 상황을 설명해야되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그럴때 마다 나는 "수능 한번 더 보는거야"라고 간단하고 완벽하게 설명하곤 한다. 길게 주절주절 이야기 해봤자 이보다 더 확실한 설명은 없는 것 같다. 수능.
그리고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마음을 매일같이 끌어 안고 살고있고, 아직 애같은 내 모습을 요즘들어 자주 마주해 마음이 좋지 않은 하루도 많았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음을 확인 할수 있었던 날들도 많았다. 
좋아하는 영화와 동명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내 연애생활과는 노관계의 새로운 이상형이 생겼고, 그리고 얼마 전 원인은 모르겠는데 액정이 깨졌다. 추운날이 였는데 '온도차가 심해서 깨졌다' 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해봤지만 사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매일같이 타는 버스에선 항상 볼수있고 좋아하는 풍경이 있는데, 오늘 문득 그런것들을 놓치며 지내왔구나 느꼈다.

10.08.2015




당신이 생각보다 어두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주 나뭇잎에 매달려 끈질기게 초록, 초록이 되려고 애썼던 일이요. 나는 다 기억해요. 당신이 내 앞에서 문고리처럼 도드라졌던 것. 아주 딱딱하고 화난 것처럼. 나는 놀라서 당신을 비틀어 잡았고, 문이 열였고, 그때부터 당신은 내 속으로 수없이 이양되었죠. 나중에는 열린 문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몰라 오래 방황했어요. 당신을 비우려고, 비우려고 애를써도 잘 안됐던 것. 이양된 당신이 너무 많았기 때문 일 수도, 혹은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 수도, 혹은 당신이 나를 멀리서 너무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맞아요. 난 이파리가 거센 비를 피하지 못해 휘청거렸듯이 나도 한 시절 당신에게 호되게 빠져 휘청거린 적 있었네요. 그때 나를 누군가 번쩍 들어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면, 아마 그 사람을 증오 했을 거예요.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사람을 일컬어 "한밤중에 펼쳐진 책"이라고 했다는데, 나도 당신도 서로의 밤에 침입해 어느 페이지부터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열렬히 서로를 읽어나간거겠죠. 내게는 사랑에 대한 첫 독서가 당신이란 책이었고, 행복했고 열렬했어요. 어느 페이지는 다 외워버렸고, 어느 페이지는 찢어 없앴고, 어느 페이지는 슬퍼서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이제 나는 사랑이 흙 속 깊이 손을 파묻어 사랑의 뿌리로 삼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피어나는 일이라고 믿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런 사랑은 평생에 딱 한번뿐일 테니까요.

소란, 박연준
























christophe lemaire